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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 파트라 두 글로 나눠서 작성할 예정이다. (참고로 책으로는 총 6페이지 분량이다) 나는 대학원을 나왔는데, 때로는 대학원 학벌에 대한 맹신 혹은 환상만 갖기보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세이노가 에디슨 사례를 든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학교 공부하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다. 다만 그 학교 공부가 모든 것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빠져나오라는 의미. 특히 처음 대학교를 갈 때나 대학원을 갈 때 나는 이런 환상에 빠졌었다. 머리로는 [이게 내 인생을 전부 책임지지는 않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아니 내가 더 학벌 좋고 학력 좋은데 돈을 더 못 본다고? 불공평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런 마인드를 철저히 박살내주는 내용이다.

다음 글에서 학교 공부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나온다. 


예전에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세계 400대 거부 가운데 58명은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중퇴했다. 그러나 이들의 재력은 평균 48억 달러로 전체 평균 18억보다 훨씬 더 많았으며, 미국 동부의 사립 명문대 아이비리그 출신자들보다 평균 2배 더 많았다. 즉 학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돈은 더 많이 벌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유명한 자수성가형 부자들을 보면 학력이 좋은 사람이 드물다. 국내 재벌 1세들도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학력과 학벌이 화려한 사람들이 들어가고자 애쓰는 회사들이 대부분 학력이 짧은 사람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부자가 되려면 학교 공부를 하지 말라는 뜻일까? 헛소리하지 말라. 특출한 능력과 노력이 따로 없는 한 학교 공부를 너무 안 하면 아예 기회가 박탈되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는 더 높다(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에디슨은 학교 무용론을 직접 실천하고자 자기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는데 그 아들은 나중에 사기꾼이 되어 감옥살이도 하였고 평생 비참하게 살았다).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학교와 관련된 몇 가지 거짓말들이다.

 

 

첫 번째 거짓말은 '공부 잘해야 홀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진실은 인격의 깊이와 지식의 양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한 덕분에 전문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교양인이 되었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농경시대에는 교육의 목적이 인간 형성에 있었고, 때문에 가르치는 자는 '스승'이었다. 그러나 학교 공부는 더 이상 인격 함양을 위한 도구가 아니며 그저 지식의 습득만을 추구할 뿐이고 그마저도 배우고 나서 몇 년도 못 가 다 잊어버릴 것들이 태반인 데다가, 가르치는 자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일 뿐이다.

 

두 번째 거짓말은 '선생님을 존경하라'는 말이다. 고졸자들은 보통 초중고 12년 동안 70-100명 정도의 교사를 만나게 되는데 고3 학생 1,084명에게 존경하는 교사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46. 5%는 1~2명 34.7%는 3~4명, 8.1%는 5~6명, 7. 6%는 없다고 대답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 딸들이 존경할 만한 교사를 만날 확률은 10%도 안 된다는 뜻이다. 나는 설제로 내 딸들에게 "학교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한 적도 없고 "선생님을 존경하라"는 말도 전혀 한 적 없다. 오히려 교사들 중에는 형편없는 연놈들이 더 많으며, 운이 아주 좋아야 존경할 만한 스승을 만나게 된다고 말해 왔다. 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직도 정말 웃기는 연놈들이 '선생님' 행세를 하는 게 부지기수다(그래서 나는 교사평가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으며 그 평가에는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어쨌든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적인 봉급생활자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전문 직업을 가지려면 갖가지 자격 시험을 잘 치러야 하므로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다는 직장 역시 좋은 학교를 나와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 공부 자체를 잘한다고 해서 또는 오래 공부하였다고 해서 경제적 수입이 언제나 정비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학력자들이 종종 그런 오해에 빠져 있다). 가르치는 일이나 연구로 밥 먹고 사는 선생, 교수, 연구원 같은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학교 공부 자체는 돈을 버는 게임을 수행하는 것과 어느 정도나 관계가 있는가. 순전히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고등학교까지의 교과 과목들에 데한 나의 평가는 아래와 같다.


국어 : 논리력, 발표력, 글쓰기 등의 능력 개발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과목들도 그렇지만 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내용들도 많다.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를 무조건 '조국의 광복'으로 외워야 하는 교육은 거지발싸개보다도 더 못하다.

 

수학 : 논리력을 키워 주지만 1차 방정식과 간단한 기하 지식 정도 외에는 돈 버는 게임과 별 관련이 없다. 연관과목의 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지극히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고교 때 열심히 공부한 <수학의 정석> 시리즈는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 : 못하면 돈 벌 기회가 많이 줄어들며 해외 여행도 단체 관광으로만 다니게 된다. 하지만 영어를 가르칠 만한 자격을 가진 교사의 수는 아주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은 '무조건 외워라'라고 가르치며, 자기 돈으로 자기 실력을 늘리려 하기보다는 국가에서 교육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다.

 

제2 외국어 : 영어보다는 제공하는 기회의 폭이 좁다.

 

과학 : 실험을 많이 한다면 과학적 사고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 분야에 종사할 사람들 외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전기, 전자, 물리, 화학에 대한 기초 지식은 쓸모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느 중학교의 닭대가리 과학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단원 목차만 4시간 동안 외우게 한다(내 딸이 겪었다)

 

국사 : 한국인 혹은 애국자가 되는 데 필요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졸업 후 다 잊어버릴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외워야 점수가 나온다.

 

 

세계사 : 역사는 결국 경제적 이득을 위한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배우게 된다.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배우면 좋지만 시시콜콜 외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덕, 윤리 : 이런 것은 배운다고 해서 자동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 역시 암기할 것들이 많지만 곧 다 잊어버리고 말 것들이다.

 

미술, 음악, 체육 : 어느 미술교사는 자기가 가르쳐 준 방식대로 그리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느 음악선생은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그것을 외우게만 한다. 어느 체육선생은 비 오는 날이면 학생들에게 필기를 엄청 시킨다. 나는 그런 교사들의 머릿속을 해부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나는 고교 졸업 후 몇 년도 못 가 잊어버릴 내용들은 배울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물며 1년도 못 가 까맣게 잊어버릴 내용들을 '기초학력의 증대' 니 '국민교양의 토대' 니 하는 명분으로 강제로 가르치는 정책은 정말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고 믿는다. 배운 사람이나 안 배운 사람이나 1년 후에는 똑같은 상태를 보일 텐데 그걸 가르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어느 나라 교육계에도 기득권층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과목을 고교 과정에서 학생들이 임의로 선택하는 과목으로 선정하려고 할 때 가장 반대가 심한 집단은 당연히 그 과목을 전공한 학자들이거나 교수들일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그 과목이야말로 학문의 기초이며 고교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과목이라고 침을 튀기며 강조할 것이다. 마치 그것을 안 배우면 삶의 질은 물론 국민의 교양이 떨어지게 되는 양 말이다. 결국 기득권자들의 입김에 그 과목은 고교 과정에서 여전히 강제적으로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남게 된다. 내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고교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대부분의 과목들은 그 과목과 관련된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 99.99퍼센트의 학생들에게는 그 10분의 1만 배워도 충분한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즉 0.01퍼센트 미만의 학생들이 그 과목을 전공하게 되고, 바로 그 극소수를 가려내고자 기득권자들은 (자기 밥그릇이 적어지기 때문인지) 모든 학생이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입에 게거품을 문다.

 

실례를 들어 보자. 교육인적자원부의 제7차 교육 과정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 주고 원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대한민국 교육제도상 가장 훌륭한 것이지만, 2001년 6월 1,903개 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학교사의 76.9%, 고교교사의 84.8%는 이 교육 과정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16.5%(중), 15.7%(고)는 폐지를 주장했다.

 

심지어 전교조 교사 만여 명은 반대 투쟁까지 벌였는데 그들의 반대 이유는 '현장 실정을 무시했으며 교직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 입장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반대하였다는 말이다. 이게 대다수 교사들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떨까? 한국에서 '졸업 후 경제적 대가를 받는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 대학에서의 전공과목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조금 낫지만 대부분은 졸업 후 사회에서 새로 배워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나는 것일까. 모든 교수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교수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구시대적 권위에 사로잡혀 낡은 강의록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면서 뜬구름 잡는 '차원 높은 소리(이를테면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여야 한다는 등의 듣기 좋은 말)'에나 능하고, 갖가지 연구 기금에 침을 흘리지만 정작 연구는 대학원생들을 부려 먹으며 짜집기 연구 결과 발표에 능숙하며, 그 결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도 모르는 무능력한 고학력자들만 길러내는 주범들이기 때문이다.

 

잠시 옆길로 나가자. 대학에 대한 나의 혹평에 대하여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대학은 출세지향주의를 가르치는 비인격적인 장소가 아니라 인간을 기르는 곳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냉흑한 적자생존의 사회 논리에 맞춰 싸울 수 있는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곳도 아니고 이 사회에서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도 아니다. 직장인을 길러 내는 학원도 아니다.

 

학교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바탕으로 공동체 정신과 교양을 길러 주는 곳이다. 또한 순수학문을 시장 논리로 평가하면 안 되며 특히 대학원은 돈을 더 벌려고 가는 곳이 아니다. 학문을 향한 열정을 바치고자 가는 곳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나는 이렇게 반박하고 싶어진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대학을 안 나오면 인간이 되지 못하나 보지? 인간이 되고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내게 데리고 와라. 너 직업이 교수지? 언제나 실력 없는 교수들이 그런 말을 그림같이 늘어놓는다는 것을 내가 안다. 학교에서 인간을 길러? 대학이 무슨 청학동 서당이냐? 학연과 연줄로 줄줄이 엮여 있는 그 집단에서 인간을 길러? 연구비 한 푼이라도 더 타다가 연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자기 호주머니에 집어넣으려는 놈들이 뻔히 있는데?

 

학문을 향한 열정? 아이구, 장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렇게 세계적으로 수준이 열등한 거냐? 한번 강단에 발을 넣으면 99%가 그 교수직을 평생 유지하는 해병대 논리를 고수하여 왔던 집단이 무슨 흥익인간이니, 뭐니 개소리냐. 순수학문을 시장 논리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맞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해라. 허버트 스펜서는 19세기 말 영국의 인문주의 교육을 장식 교육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는 사실과 네가 순수학문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그 시대의 인문주의 교육이나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든 간에 너는 순수한 열정으로 학문을 택했다며? 돈은 바라지 않은 것이었다며? 잘 먹고 잘 살자고 공부한 것은 아니라며? 그런데 왜 대학에 돈이 없어서 연구가 안 된다는 거니? 연구를 하려면 돈은 필요하다며? 돈? 그 돈 대부분은 세금 혜택까지 누리면서 너희들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 결국 연구를 더 해야 하는데 돈을 안 주니까 안 한다는 말밖에 더 되냐. 손님이 많아야 너희 지위가 안정되니까 이 사회에서 별 의미도 없는 대학원으로 학생들을 꼬드기고, 학점과 논문 통과를 무기로 학생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집단 역시 너희 아니냐. 일부만 그렇다고? 정말?

 

사족: 나는 고려대 같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수평가제도를 아주 좋은 제도라고 믿는다

 

계속...

 

4. 학벌주의 : 대한민국에서 학력이 주는 이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학력, 학벌이 인생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세이노의 관점이 잘 드러나있다. 비록 학벌이 능력을 대변하지는 못하더라도, 인력이 급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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