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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입니다!

 

오랜만에 공대 대학원 지식을 들고왔어요. 사실 쓸까쓸까하다가 누구 보는 사람도 없어서 미루다가 드디어 정리하네요. 오늘 설명해볼 것은 Raman scattering과 raman spectroscopy로 측정해서 나오는 spectrum에 관한 정보입니다.

 

단어가 살짝 어려울텐데 쉽게 정리해볼게요.

Raman scattering는 현상입니다. 스캐터링은 뭔가가 원자랑 부딪혀서 사방으로 튀는 걸 말하죠.

Raman spectroscopy는 측정 기기입니다. Raman scattering을 이용해서 원자를 분석하는 기기를 말합니다.

Raman spectrum은 그래프입니다. 측정을 하면 뭔가가 그래프로 나오겠죠. 마치 코로나 확진자수 동향 결과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 그래프를 spectrum이라 부릅니다. 그냥 그래프라고 부르면 될 것을 영어 참 어렵게 해놨네요.


Raman scattering은 어떤 현상인가?

먼저 알아볼 것은 raman scattering인데요. 뒤에 스캐터링이란 단어는 익숙하죠? 빛이 원자에 부딪혀서 사방으로 튀기는 것을 말합니다. 랜덤하죠~ 랜덤하지않으면 뭐다? diffraction이다.

 

레이져가 들어와 빛으로 산란되는 것을 말합니다. 레이져랑 빛이랑 차이가 뭐냐구요? 교수님이 이거 저한테 물어봤는데 저는 답을 못했었어요...님들은 꼭 알아두세요.

레이져와 빛의 차이

레이져는 단일 파장의 빛입니다. 보통 라만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레이져의 파장은 λ = 532nm를 써요. 가시광선 영역, 즉 눈에 보이는 파장영역이죠. 반면에 빛은 온갖 파장이 다있어요. 가시광선의 영역이 몇이죠? 400nm~700nm잖아요. 빛은 이 모든 파장의 레이져가 합쳐진 느낌입니다. 한마디로 400nm 401nm 402nm ... 700nm의 레이져들이 합쳐지면 빛입니다. 심지어 빛안에는 적외선영역이나 UV영역도 있겠죠? 아무튼 레이져는 단일 파장이고, 빛은 모든 파장의 짬뽕입니다.

 

저희가 레이져(단일파장)를 원자에 쏘면 어떻게 될까요? 광자(빛의 입자)가 원자랑 부딪힙니다. 볼링공에 당구공 쳐봐요. 당구공 튕겨져 나가죠. 마찬가지로 광자가 원자랑 부딪히면서 튕겨져 나갑니다. 정확히는 원자가 레이져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한 뒤 빛을 방출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려우니까 튕겨져 나간다고 이해하는게 편해요 ㅎㅎ

Raman과 Rayleigh scattering의 차이

튕겨져 나갈 때 원자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에너지가 더 커지는, 파장이 길어지는 Stokes Raman scattering이 일어나기도 하고, 에너지가 그대로인 Rayleigh scattering이 일어나기도하고, 에너지를 잃어 파장이 짧아지는 Anti-Stokes Raman scattering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단어 뭔가 어려워보인다구요?

 

 

에너지는 진동수와 비례하고 파장과 반비례한다.

 

한마디로 광자가 에너지를 원자로부터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그대로이기도 하다라는 말입니다. 운빨 ㅈ망겜이다 이말임. 부딪히기 전까지는 단일 파장, 에너지가 하나였는데 어떤 광자는 에너지를 얻고, 어떤 놈은 에너지를 잃고, 어떤 놈은 그대로고 그러겠죠. 에너지가 다양하네? = 파장이 다양하네? = 단일 파장이 아니네? = 빛이네!

 

이 빛 중에서 입사한 레이져와 튕겨져 나간 빛의 에너지가 같은 놈이 있어요. 얘는 라만이 아닙니다. 얘는 레일리(Rayleigh)라고 불러요. 만약 입사한 레이져와 방출한 빛의 에너지가 같다? 레일리 스캐터링이라 부릅니다.

 

근데 입사한 레이져와 방출된 빛의 에너지가 다르다? 얘네는 전부 싹다 라만 스캐터링입니다.

 

레일리 = 앞 뒤가 같은 놈

한마디로 라만 스캐터링은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른 놈. 뒤가 구린 놈을 일컫습니다. 반면 레일리는 들어갈 때랑 나올 때 같은 놈. 해적왕 부선장다운 놈이죠.

anti stokes와 stokes의 차이

근데 라만 스캐터링 앞에 stokes랑 anti-stokes가 있네 얘넨 뭐지?? 에너지가 달라지는 애들들 중에서 에너지가 높아지는 애들이 있을거고, 낮아지는 애들이 있습니다. 얘네를 구분하기위해 이름을 따로 붙였어요. stokes는 원자한테 힘을 넘겨서 빛의 파장이 길어지고, 에너지가 더 약해진 녀석들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원자한테 삥뜯긴거죠. stokes는 약한 놈!

 

anti-stokes는 뭐겠어요. 딱봐도 stokes에 반대말이죠. 원자랑 부딪혔을 때 원자한테 삥뜯은 놈. 원자한테 힘을 얻어 빛의 파장이 짧아지고, 에너지가 더 쎄진 녀석들을 말합니다. anti-stokes는 쎄진 놈!

 

레일리 스캐터링이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로 레일리 스캐터링이 99.9%에 달하고, 라만 스캐터링은 0.1%도 안됩니다. 레이져를 쏘면 웬만한 애들은 원자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거든요.

Raman spectrum(그래프) 쉽게 이해하기

어떤 광자는 방출될 때 강해지고, 어떤 광자는 방출될 때 약해지고...되게 랜덤하게 일어나는 것 같아보여요. 안그래도 라만 스캐터링이 0.1%밖에 안나오는데 튀겨서 나오는 애들의 에너지가 완전 랜덤이다? 만약 완전 랜덤이었으면 라만 측정법은 개 무쓸모 쓰레기였습니다. 기계가 감지할만큼 라만 스캐터링이 일어나야 감지가 되죠. 하지만 지금 아주 유용한 분석 기구로 쓰여요.

 

 

왜?? 완전 랜덤으로 방출되지 않으니까! 방출되는 빛은 λ=400nm 1개,λ=401nm 1개 이렇게 공평하게 방출되지 않습니다. 원자의 진동수에 맞춰 특정 파장대의 빛이 엄청 많이 방출돼요. 방출된 빛을 raman spectroscopy가 모아서 통계학적으로 그래프를 만들어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이 그래프가 Raman spectrum이구요. 라만 스펙트럼을 보면 이 원자가 어떤 원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라만 스펙트럼으로 어떤 물질인지 아는 순서

1. 일단 이 물질에 레이져를 쏜다.

2. 튕겨져 나오는 빛들을 raman spectroscopy가 감지한다.

3. 이 빛들을 그래프로 통계낸다. (x축은 진동수, y축은 Intensity)

4. 그래프를 보면 특정 진동수(파장)에서 Intensity가 높다. (ex. 실리콘은 520에서 intensity가 높다.)

5. 구글에다가 내가 측정한 그래프와 같은 경향성을 띄는 그래프를 찾는다.(과학자들이 물질별로 라만 결과를 공유해놓는다)

6. 구글에서 찾은 그래프가 무슨 물질의 그래프인지 확인한다. 그러면 이게 무슨 물질인지 알 수 있다.

쉽게 비유하기

 

자꾸 삥으로 비유해서 죄송한데 지금 생각나는게 이거밖에 없네요. 초등학교 1학년에게 삥을 뜯는다고 해봐요. 얘네 용돈이 대부분은 1000원이겠죠? 주머니에 대부분은 1000원이 있을거고, 삥 뜯어봤자 1000명중 900명은 1000원일겁니다. 가끔가다가 신기하게 2~3명쯤은 2000원도 있을 거고, 1명쯤은 10000원도 있을거고 다양하겠죠. 근데 대부분은 삥 뜯어봤자 1000원입니다.

반면 20대의 경우 돈이 많으니까 주머니속에 20만원씩 들고다닌다고 가정해봅시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삥뜯은 결과를 통계학적으로 나타내면 1000원을 가진 애들이 압도적으로 많겠죠? Intensity(y값)가 높을겁니다. 이제 1000원을 가진 애들의 Intensity가 높은 그래프를 구글에서 찾아봅니다. 구글에 이렇게 나와있네요. '내가 삥뜯어본 결과 초1들은 대부분 주머니에 1000원밖에 없다' 어? 내가 삥뜯은 결과도 1000원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그러면 알 수 있죠. 우리가 삥뜯은 애의 나이는 초1이라는 겁니다. 반면 삥뜯은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 20만원의 y값(20만원가진 사람의 수)이 압도적으로 높다면? 우리가 삥뜯은 사람의 나이는 20대라는 겁니다.

실제로 raman spectrum을 통해 이 물질이 Silicon인지 아는 법

마찬가지로 원자도 똑같아요. 원자는 각각 고유의 진동수가 있습니다. 나이대에 맞는 용돈이 있는 것처럼, 원자마다 고유의 진동수가 있어요. 대충 예를 들어서 Silicon에 레이져를 쏜다고해봐요. Silicon 고유의 진동수(용돈)가 있겠죠? raman scattering이 일어난 빛을 분석하면 특정 진동수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Intensity가 나와요.

 

"측정 결과 520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Intensity가 나타난다" + "구글검색 결과 520에서 Intensity가 높게 나오는 그래프 = Silicon'이라는 측정 결과가 있다." 이 두 가지 정보로 내가 측정한 물질이 Si인지 아는 겁니다. 과거 누군가가 물질마다 라만 측정결과를 다 공유해놨어요. 우리 막 영단어 모르면 한영사전 찾잖아요. 그것처럼 인터넷에 물질마다 나오는 고유의 라만 스펙트럼 결과가 떠돌아다닙니다. 이 그래프랑 비교하면 됩니다.

 

위는 실제 라만 그래프인데요. 정확히는 라만 스펙트럼이라 부릅니다. 라만 스펙트럼의 x축은 Raman shift입니다. raman shift는 단위를 봤을 때 wavenumber k를 의미해요. 뭔가 복잡하죠? 그냥 진동수에 비례한다고 보시면 돼요. 그냥 진동수라고 이해하세요.

 

wavenumber와 진동수는 비례한다.

 

y축은 Intensity입니다. raman scattering된 빛 중에서(=에너지가 달라진 광자) 특정 진동수의 빛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냅니다. 레이져(광자)가 single crystal Si(=초1)이랑 부딪히면(삥뜯으면) 520쯤의 진동수(용돈 1000원)를 가진 빛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라만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어떤 물질인지 알 수 있다! 왜냐면 원자마다 고유의 진동수가 있고, 레이져가 이 고유의 진동수를 가진 원자와 충돌하면 특정 진동수(or 파장)의 빛이 많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빛이 많이 검출되는 진동수가 몇인지 보고, 어떤 원자의 라만결과값과 일치하는지 찾아내면 이 원자가 어떤 원자인지 알 수 있다.

raman spectrum 모양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쉽지만, 라만 결과값에 원자의 고유진동수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에요.

원자의 고유진동수는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 영향은 라만 스펙트럼 모양에 고스란히 티가 나타나요.

 

먼저 원자가 진동하려는데 누르거나 잡아당겨봐요. 님이 왕복 달리기를 하는데, 누가 옷을 잡아당기거나 등을 밀어봐요. 기록이 좀 달라지겠죠? 그것처럼 원자에 stress를 가하면, 진동수가 달라집니다. x축이 진동수랬죠? 진동수가 달라지면 어떻게돼? peak의 위치가 '살짝' 달라집니다. Si은 520의 진동수에서 intensity가 가장 높은데, stress를 가하면 진동수가 달라져서 515나 525처럼 다른 위치에서 intensity가 가장 높게 나옵니다. peak(intensity가 가장 높은 위치)이 이동하는거죠. peak의 위치가 살짝 달라졌다면 stress가 가해진 것이다!

 

만약 원자의 갯수가 늘어났다면? raman scattering은 원자로부터 일어나잖아요. 원자의 갯수가 늘어나면 raman scattering이 일어난 광자(빛)의 수가 늘어나기때문에 intensity는 커집니다. peak의 intensity는 원자의 농도와 관련이 있다!

 

 

만약 원자의 결정성이 안좋아졌다면? 고유의 진동수는 원자가 완전 결정일때를 가정하고 나온 값입니다. 결정성이 안좋아지면 무질서해지면서 원자간 간격도 달라지고, 진동방향도 엉망진창으로 바뀌어요. 결론적으로 결정성이 안좋아지면 Intensity가 낮아지고 그래프가 퍼집니다. peak의 width가 커진다고 보면 돼요. 위는 Si의 그래프인데 노랑색을 보시면 520에서 뾰족하게 올라가있죠? 반면 비정질화(amorphous) 실리콘은 빨강색처럼 넓게 퍼져있습니다. 결정 구조도 바뀌어서 peak의 위치도 420으로 바뀌었네요.

 

만약 새로운 peak가 나타났다면? 새로운 결정구조가 나타난 것입니다. Silicon은 다이아몬드구조인데, 여기에 산소를 오지게 넣어서 산화를 시킨다고 칩시다. SiO2가 생기겠죠? SiO2는 다이아몬드 구조인가요? 아닙니다! Silicon과는 다른 구조예요. SiO2는 Si와 다른 물질이라 진동수도 다릅니다. 그래서 새로운 결정구조를 가진 애가 많이 생기면, 새로운 진동수를 가지는 peak가 뜹니다.(사실 SiO2는 raman peak이 안뜨지만 이해하기 쉽게 비유해봤습니다.)

 

stress로 인해 peak이 달라지는 것과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stress가 가해지면 peak의 위치(x축)는 최대 5~10정도로 진짜 조금 변합니다. 하지만 결정구조가 달라지면 Crystalline Silicon(520)에서 Amorphous Silicon(480)으로 바뀌는 것처럼 peak의 위치가 아예 새롭게 나옵니다.

 


● raman spectrum의 peak는 stress를 받을 경우 좌우로 peak의 위치가 바뀝니다.

 결정성이 안좋아질수록(amorphous가 될 수록) 그래프가 퍼집니다. 폭이 넓어집니다.

그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의 농도가 높을 수록 intensity가 커집니다. 결국 scattering은 원자에서 일어나고 원자의 수가 많으면 scattering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새로운 진동수에서 peak이 떴다면, 새로운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이 나타난 것입니다.

정리

Raman spectroscopy는 원자에게 묻는 기기입니다.

Q1 : 너는 어떤 물질이니?

Q2 : 너는 stress를 받고 있니?

Q3 : 너는 결정성이 좋니 나쁘니?

Q4 : 너의 원자 갯수는 얼마나 많니?
Q5 : 너에게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다른 결정구조가 생겼니?

 

질문은 레이져를 통해 합니다. 레이져를 원자와 교류시키고, 원자가 방출한 빛을 분석해서 답변을 얻습니다.

이 빛에는 진동수, 파장, 에너지의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과거 누군가가 물질마다 방출하는 빛의 특정 진동수값을 조사해놨습니다. 대표적으로 Silicon에서 방출되는 빛은 대부분 520의 wavenumber를 갖고 있습니다. 만약 Raman spectroscopy로 물질을 조사한 결과 520의 진동수를 가진 빛이 많다면 이 물질은 Silicon입니다. 이처럼 과거 정보와 현재 측정 결과를 비교해서 이 원자가 어떤 원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raman scattering의 개념 및 raman spectrum으로 어떤 물질인지 아는 법, raman spectrum peak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알아봤어요.

 

혹시나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시구요.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 한번 꾹 부탁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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