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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1억을 모으는 것...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님. 소득이 얼마냐도 중요하지만, 본인 소비 습관이 어떠냐도 중요하기 때문. 솔직히 요즘 물가에서는 술자리 몇 번 가지고, 몇 번 옷 사고, 문화생활 즐기면 돈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인스타보다가 발견한 사연은 한 달 생활비를 14만원으로 제한하고 한 달 중 22일이나 돈을 안썼다고 함. 또한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도 끊고, OTT나 5G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한강뷰 아파트에 사는 것.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 고작 1억 모으고 한강뷰 집을 사겠다?

- 박사님의 말이 틀린말은 아닌데 1억 모으신 저분은 리스펙

- 저렇게 열심히 살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모아도 제대로된 집도 못사는 사회가 된게 문제가 아닐까 싶다

- 한강뷰 타령하기전에 자기 가족이랑 작은거에도 만족하며 행복할 줄 아는걸 배웠으면 좋겠다.

- 욜로족해서 친구만나 술쏘고 놀아봐야 남는거없음. 다 지기분 나쁘면 손절이 lte시대에...저분이 현명함

- 물욕이든 뭐든 의지를 갖고 무언가 목표를 이뤄냈다는게 대단한건데 여기 댓글 왜이렇게 부정적인지 모르겠음..

- 뭘 위해 저렇게 살지? 어차피 돈모아서 한강뷰가 아니라 지방아파트도 못사는데ㅋ 미련한짓이라 본다. 청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것인데 자신한테 써보지도 못하고 늙어서 후회할듯. 저 사람 인생에 분홍빛이란게 있긴 할까? 여행 한번 못가보고 연애도 사치고 친구도 다 끊고 옷 한벌 사는 것도 벌벌 떠는 인생이라.. 사는 의미가 뭐지? 그냥 통장 잔고만 보면 만족이야? 쪼들리고 가난하고 옆에 아무도 없어도? 지나간 인연들과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이먹고 친구 찾고 결혼하고 싶어도 힘들거다 젊었을 때 보고 경험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제라도 적당히 저축하고 본인을 위해 적당한 소비는 하고 살길. 한달 14만원이면 그냥 입에 풀칠만 하고 사는 수준이야 돈을 모으는 이유도 행복하자고 나 살자고 모으는거 아니야? 주객전도를 넘어서 미련하다 정말..

● 여기부터 내의견

일단 부정적인 댓글에는 소비 = 행복, 돈을 안쓰면 불행하다라는 전제가 깔려있음. 근데 이 전제는 틀렸어!!! 의외로 절약의 삶을 살다보면 불행하지 않다. 인간은 적응하기 때문. 반대로 소비를 많이해도 행복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적응하기 때문.

나 대학교 2학년 때는 월 200~300을 쓰던 삶을 살았고, 대학원 때는 월 30~40을 쓰는 삶을 살았거든? 보통 나이들 수록 더 많이 소비하는데 난 반대였지. 두 삶 모두 행복 그렇게 차이나지 않았어. 돈을 많이 쓰든 적게 쓰든 똑같이 사람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사람때문에 행복하고, 성적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멍청한 내 모습에 자괴감도 들고 그래. 맛있는거 먹고 하고싶은데로 해서 행복하지 않았냐고? 그 행복이 몇 분이나 가겠어...

이렇게 행복도는 비슷한데, 따지고보면 절약할 때가 더 배우는 게 많아.

왜냐고? 보통 아낄수록 불편한 점이 늘어나기 때문. 그 불편함을 최소하고자 보는 눈을 키우거나 지혜를 확장시킨단 말이야.

녹 슨 거울. 난 거울이 녹슬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음

● 절약하며 배운 것들

내 인생을 예로 들어 보자. 신축 오피스텔 살다가 구옥 빌라에 들어왔을 때 난 깜짝 놀랐어. 난 내가 집보는 눈 좋다고 생각했거든? 막상 들어와보니 곰팡이도 발견못해. 장판들뜸도 발견 못해. 계약 전 부동산에서 집주인에게 이거이거 고쳐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몰랐어. 그냥 모르는 것 투성이었어. 엄청 우울했지. 내가 이렇게 멍청할 줄이야 하면서...하지만 반대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음. 이건 계속 돈 많이 내고 신축에서 살았으면 몰랐을 사실이지. 나중에 내 집 마련할 때 도움이 될 경험이다!! 불편한 삶을 살면서 오히려 보는 눈이 생기고 있다!! 심지어 이 집을 살기 좋게 바꾸고자 페인트칠, 곰팡이제거같은 인테리어 지식도 늘고 있어

또한 컴퓨터가 고장났을 때도 사람을 부르면 돈이 드니 인터넷 찾아보며 스스로 수리하고, 어떻게 해야 좀 더 저렴하게 더 좋은 성능을 낼지 공부도 한다?

● 절약이 되는 이유? 취미를 봐바

독서가 곧 미래라 생각하여 매 달 1권씩 책을 읽는데 드는 비용 15000원, 건강이 중요하다 생각하여 혼자서 런닝하거나 스쿼트하는데 드는 비용 0원. 글 쓰는데 드는 비용 전기세정도? 솔직히 의도치않게 절약하는 중임...내 취미들 다 거의 돈 안드는 것들 뿐이야.

이런 삶이 불행하냐고? 딱히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아. 그냥 평범해. 아마 위 사연에 나온 여자도 그럴 걸? 중간에 작은 소비에도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그 죄책감이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강하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는 돈많은 통장을 보며 흐뭇할 거야. 내가 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중 ㅎㅎ

아무튼 소비 = 행복, 절약 = 불행이라는 생각을 버려도 됨. 극단적인 가난은 내가 안살아봐서 모르겠는데 절약의 삶은 절대 불행하지 않아. 오히려 점차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계기가 됨.


어릴 때 돈 없는 건 정상이야. 하지만 늙어서 돈이 없는 건 내가 잘못 산거야. 차라리 어릴 때 좀 절약하며 살고 나중에 여유롭게 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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