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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답이다. 여러 블로그들 보면서 공부하는 중.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정리


미국과 여러 나라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중이지만, 일본만큼은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올해 3월부터 금리를 급격히 인상해 현재 3.25%인 상태다. 돈은 같은 위험 대비 수익이 높은 곳으로 간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과 비슷하게 금리를 인상중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국내 자금이 수익률이 더 좋은 미국으로 가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금리를 동결하고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은 일본은행(BOJ)이 특정 가격에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겠다는 정책이다.

 

A 기업 주식을 돈 많은 중앙은행이 무조건 1000엔에 산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주식을 1000엔에 사주는 중앙은행이 있기 때문에 주가는 1000엔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국채도 10년물 국채를 0.25% 금리에 무제한으로 사고 있으므로, 국채 금리는 더 오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본이 발행한 전체 국채의 절반 가까이는 일본 은행에 쌓이고 있다. 원래 국채는 공개 시장에 매각하고 남은 유찰분만 중앙은행이 가져가는 것이 보통인데 일본은 아베노믹스때문에 시스템이 다르다. 일본은행이 먼저 인수하고 필요하면 민간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정책으로 일본의 10년물 국채는 제로 금리에 가깝지만, 미국은 기준 금리가 오르고 있다. 같은 리스크 대비 미국의 수익률이 더 좋은 상황

 

일본에 있던 글로벌 자금들은 미국으로, 엔화를 달러로 바꿔 일본을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에서 달러가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일본 내 달러는 귀해지게된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년만에 최저치다.

 

 

일본은 이 상황을 반길까? 아니다.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을 하는 이유는 아베 시절 경기 부양을 위해 무제한급으로 발행했던 국채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국가 부채는 1215조 엔이다. 이자만으로 1년 예산의 25%가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금리가 1.1%까지 오르고 국채 증가 속도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 100%를 국채 이자로 써야한다.

 

일본은 이런 상황을 막아야하기 때문에 미국 따라 금리 올리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일본은 이 상황을 방치하는 걸까? 일본이 기대하는 미래가 하나 있다.

 

과거 1996년 미국 기준 금리 5.25%, 일본 은행의 목표 단기 금리 0.25% 시절이었던 때가 있다. 현재 미국 기준 금리는 3.25%, 일본 은행 목표 단기 금리는 0.25%로, 과거와 비슷하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지금과 같다면 1996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된다.

 

 

이 때 펀드들은 낮은 미국 기준금리와, 일본 금리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미국 국채를 산 후, 이를 담보로 일본 은행에서 엔을 빌려 일본 국채를 샀다. 헤지펀드들은 다시 그 일본 국채를 담보로 엔을 빌린 뒤 외환 시장에서 달러로 바꿨다. 이 달러로 다시 미국 국채 사고, 다시 엔화로 바꾸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면 규모가 커진다. 이렇게 펀드 규모를 키우던가 이머징 국가 등에 투자를 했다.

 

일본 은행에서 저금리 엔화 대출을 일으켜, 금리가 높은 곳에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캐리 트레이드라고 하는데, 국가 간 금리차이를 이용해 돈을 번다. 일본 엔에 활용했으니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함

엔을 빌려서 달러로 바꾸면, 엔을 파는 주문이 더 많아지니 엔 시세가 떨어진다. 달러는 강세, 엔은 약세.

 

1996년부터 2년 동안 월스트리트에는 이런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고, 엔은 달러당 147.64엔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미국 금리가 3.25%밖에 안되는데 달러당 148.73엔까지 떨어짐.

 

이는 영원하지 않았다. 1994년 1월 중국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을 크게 건드리고, 달러당 5.8위안을 8.6위안으로 한 방에 올렸다. 이는 중국 제품이 해외에서 40%이상 싸졌다는 것을 의미함.

 

환율을 건드려 가격 경쟁력을 압도한 중국은 수출 증가 및 성장하였지만, 중국과 경쟁하던 동남아 국가들은 무역 수지가 적자로 들어서면서 달러가 마르기 시작했다.

 

 

달러가 마르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니 달러는 더 부족해지고, 동남아처럼 환율을 하나로 고정하던 고정환율제 국가들은 없는 달러를 환율 방어에 소모해버렸다.

 

이러한 약점을 노린 헤지펀드들이 덤벼들었고 아시아에는 외환위기, IMF 사태가 찾아 온다. 러시아 또한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해버렸다.

 

러시아가 돈을 갚지 않는다고 하자 놀란 펀드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고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로 복귀했다. 엔화는 순식간에 13%가 오르고, 두 달만에 달러당 147.64엔에서 112엔까지 올랐다.

이 여파로 자본금의 30배가 넘는, 1400억 달러를 운용하던 세계 최대 헤지펀드 롱텀캐피털이 문을 닫는다(숏에 걸었음)

 

한국도 싼 이자에 혹해서 엔화대출 받았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빚이 2배로 늘어나는 피해를 겪었다.

 

원엔 환율

 

2008년 신용 위기 초입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심하게 일어나 개발도상국들의 달러가 부족해졌고, 엔화 가치가 2배 이상 올랐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어 미국으로 복귀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런 자금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탈출하거나 다른 곳에서 본 손해를 커버하기 위해 투자한 돈을 회수한다. 이때문에 이머징 마켓에 돈이 씨가 마르고, 자금이 미국과 일본으로 돌아가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일본 은행 또한 이런 상황을 바라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금리를 올려봤자 국채 규모 때문에 재정을 다 쓸 판이니, 차라리 시장이 불안해져서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길, 엔화 가치가 자연스레 오르길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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