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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표현할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판도라의 상자가 떠올랐는데, 내가 아는 의미랑 조금 다르네... 아무튼 내 방식대로 판도라의 상자를 이용해보겠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욕심, 질투, 시기, 분노와 같은 악한 것과 희망이라는 선한 것이 같이 들어있다. 이 때 판도라라는 여자 인간은 호기심에 절대 열지 말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되고, 여는 순간 욕심, 질투, 시기, 분노와 같은 감정들이 빠져나왔다. 놀란 판도라는 얼른 상자를 닫게 되고, 그 안에는 희망만 갇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평화로웠던 세상은 험악해지고 말았다. 희망만 갇혀 나오지 못하다니...차라리 끝까지 열어두면 희망까지 같이 나와서 얼마나 좋았을까?

판도라의 상자는 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 피하고 싶은 진실처럼 표현된다. 애인의 카톡 내용같은 곳에도 쓰이지만 내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모습에도 쓸 수 있다.

 

오늘 내가 얘기하고싶은 것은 후자다. 칼 융의 그림자라고도 한다. 내가 그나마 잘하는 것이 있다면, 판도라의 상자를 끝까지 열어두어 희망까지 나오도록 하는 것이겠지.

대개 내면 깊은 곳에는 자신의 어두운 부분, 그림자가 있다. 

 

왜 깊은 곳에 있을까? 왜 융은 이 부분을 어둡고 의식되지 않는다고 할까? 내가 인정할 수 없거나 두렵거나 더럽거나 부정하거나 성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 배우고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더 나아가 자랑하고 싶은 것들은 나의 의식 속에 담긴다. 우리는 그런 의식 속의 것들을 끊임없이 성장시킨다.

 

반면 의식 속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들, 우리가 거부했던 것들은 내 내면 속 깊은 곳에 남아있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무의식 속에 담기고 조건만 갖춰진다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왜 많은 성직자들이 한 평생 올바른 길을 추구하다가 성추문에 휘둘리게 될까? 왜 술 먹고 만취하면 평소와 다른 행실이 나오는 걸까? 왜 나는 평소에 항상 웃다가 술 마시고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화를 냈을까?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고 한 쪽으로 극단적이게 치우쳤기 때문이다. 회사다니며 화내지 않으려 분노했던 나를 인정하지 않고 피했기 때문이다. 한 쪽이 극단적일수록 반대쪽인 그림자 역시 극단적으로 변한다. 무의식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며 튀어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의식을 욕할 수 없다. 왜냐면 무의식은 우리가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부하는 것들 또한 우리의 일부다. 엄연히 인격의 하나로 인정받길 원하고 그래야만한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피한다. 그렇게 관심을 받지 못한 무의식은 점점 유아적, 충동적으로 변하고 관심을 받기 위해 파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조건이 갖춰졌을 때 파괴적 성향으로 드러나는 무의식에 우리는 놀란다. 그리고 '나는 그럴 리 없어'와 함께 온갖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고 부인하며 통제하려 한다. 그럴수록 무의식의 반발은 심해지고, 어느 새 의식의 영역까지 침투해 기존 의식들과 어우러지지 못한채 지배한다. 파괴적인 성격이 된다. 기존에 열심히 키워왔던 교양, 학습의 결과물들은 무의식의 지배 앞에서 소용없다.

 

 

 

결국 우리가 우리 내면에 있는 악을 해소하려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한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한다. 내게 사실 어떤 모습, 본능, 욕구가 있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의식화 해야한다.

 

일상을 살면서 갑자기 튀어나온 무의식들을 돌이켜보며 사유해야한다. 질문하고 비판하고 수용해야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처음 열 때처럼 욕심, 질투, 시기,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 때 놀라서 상자를 닫으면 안된다. 이런 감정들이 생겨난 원인에 대해, 상황에 대해,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결국 마지막에서야 희망, 발전같은 긍정적인 것들이 나올 것이다. 그림자를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서서히 의식화하다보면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라. 결국 열어야한다. 그리고 중간에 놀라서 닫지 말아야한다. 끝까지 열어두면 부정적 감정들을 넘어 그 속에 있는 긍정적인 것들까지 얻을 수 있다.

 

분명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과정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매번 나타날 때마다 놓치지 않고 마주해야한다. 무의식이 파괴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나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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