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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편견은 정말 나쁜 단어처럼 들리지만, 효율적이고 빠른 판단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 '닥터 프로스트'에서 편견은 이렇게 묘사한다.

 

진화심리학에선 인간이 편견덕분에 성공적으로 생존했다고 한다. 편견은 효율성때문에 생겼고, 효율성은 생존에 항상 유리한 덕목이었다. 이것은 인간이 여전히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살아가는 이유다.

 

나도 이 문장에 공감한다. 편견이 없다면 우리는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데 1달은 걸릴 것이다. 편견이 있다면 과거 비슷한 사례를 떠올리며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바로 판단할텐데 말이다. 맞든 아니든...

 

결론적으로 편견은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나쁘게 활용될수도, 좋게 활용될 수도 있다.

편견이 차별로 이어지면 나쁘겠지만, 간단하고 빠르게 사람을 파악하는데 쓰인다면 효율적인 편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을 판단할 때 편견을 가진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바로 판단하기 위해 편견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과거 비슷한 사례와 새롭게 만난 사람을 빠르게 비교하며 판단할까?

크게 나누자면 표정과 목소리톤

 

1. 표정은 '표정이 있냐 없냐'를 판단하기보다는 표정의 '다양성', '빈도'와 '크기'를 판단한다. 표정은 동공의 방향, 눈썹의 움직임, 눈의 움직임, 입술의 움직임, 얼굴의 움직임 등으로 구성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대부분의 것(빈도)에 활짝(크기) 웃는다. 이런 사람들은 작은 묘사만 해도 꺄르르 박수도 치며 웃는다. 어떤 사람은 자기 말을 마칠 때 항상 웃는다. 자기가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할 때 썩소를 자주 짓는 사람도 있다. 웃을 때 눈이 상대방을 보면서가 아니라 대각선을 향하며 웃는 사람도 있고, 무표정이다가 남이 부르면 표정이 확 사는 사람도 있다.

 

조금 의아할 때 미간을 찡그리며 표정에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말할 때 눈썹을 잘 활용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얼굴의 방향을 바꾸면서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으로 표정을 거의 바꾸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표정의 다양성과 빈도, 크기의 '조합'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2. 목소리톤은 '높은 편인가 낮은 편인가'를 판단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담담한 목소리톤을 일단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할 때 그 기준으로부터 얼마나 톤이 낮아지고 올라가느냐를 판단한다. 기준을 0이라고 치면 목소리 톤의 한계가 +3인 사람보다는 +10인 사람이 흥미롭다. 목소리 높낮이가 수시로 바뀌거든.

또 한 가지 판단 기준은 목소리의 속도다. 말할 때 대체로 천천히 말하는 사람이 있고, 빠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천천히, 나머지 부분은 빠르게 말하며 자유자재로 속도조절러가 있다.

나는 목소리톤의 변화량과 속도의 '조합'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얘네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잘 맞을까 고민해보면, 잘 맞는 것 같다.ㅇㅇ꽤 잘맞는 듯? 10명중 2명 정도 틀린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10명중 8명은 맞는 것이다. 만난지 얼마 안돼서 판단하는건데, 얼마나 정확한가?

게다가 별로인 것 같다고 판단이 들어도 일단은 더 대화해보긴 한다. 위의 방법은 만난지 3마디 만에 판단하는 방법이고, 10분정도 더 대화하다보면 감이 온다.

나랑 잘 맞을지 안맞을지, 얘가 나에 대한 호감도는 어느 정도일지, 판단 보류중일지.


위와 같이 다른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는 오랫동안 보며 빅데이터가 쌓였다.

근데 나는 어떤 목소리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솔직히 목소리는 내가 말하면서 의식적으로 들으면, 내가 어떤 타입에 속하는지 감이 온다. 근데 표정은?? 거울을 본다고 나의 자연스러운 표정은 안나온다. 나의 자연스러운 표정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서만 나온다.

근데 이걸 내가 어떻게 보나??

 

한가지 떠오른 방법은 동영상이다. 원래 나는 셀카를 많이 찍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동영상으로 내 모습을 남긴다. 대부분 주위에 사람이 있을 때...

내 얼굴을 영상으로 찍다가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는 것 같으면 부끄러운 표정도 짓고, 웃긴 농담을 들으면 웃기도 한다.

아직은 많은 표정을 보진 않았지만, 조금씩 나에 대해 알아가는 기분이다.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말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왜 내 목소리를 따라하는지도 알 것 같다. 목소리 톤의 방향이랄까↘ 이런게 새롭게 와닿는다.

 

그래서 요즘은 사진보다 동영상을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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