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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도화지에 점이 하나 찍혀있다.

 

이 점으로부터 그을 수 있는 직선은 무수히 많다.

 

흰 도화지에 점이 두개 찍혀있다.

 

이 두 점을 잇는 직선은 단 하나다.

 

 


한 번은 우연일 수 있다. 사람이 어떻게 인생을 전부 예상하며 살고, 예상대로 되겠는가. 내가 알기 힘든 변수로 인해 발생한 일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두 번은 우연이 아니다. 무언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그러나 전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면 나는 곰곰히 생각해봐야한다.

 

무엇이 원인인지, 무엇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하였는지, 전의 상황과 지금 상황이 얼만큼 다르고 어디가 같은지...

 

지난 며칠간 끝없이 자아성찰을 했다. 밤에는 잠을 자지 못했다. 며칠간 너무 괴로웠다. 시련은 예고없이 찾아오지만 매번 찾아올 때마다 힘들다. 고통이 곧 성숙의 근원이지만

새벽 세시쯤 피곤해서 누운 침대는 나의 정신을 더 깨어있게 하였고, 내 머리는 수많은 생각들로 가득했다.

이러한 상태는 약 2시간동안 지속되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고, 나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여러 사람들과 가상의 대화를 나누며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다.

 

수많은 가상의 대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서,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 언어화하는데 힘들었다.

생각이란 언어화하지 않으면 휘발성이 강해서 금방 날아가거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그룹에서의 내 역할

그렇게 곰곰히 생각하게 된 나의 문제점은 나의 이미지다. 타인이 보는 나의 이미지.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그룹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어떤 동아리에서는 밝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 어떤 동아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봐야할지 얘기해보고 경험을 공유하는 역할 등등 각 그룹마다 포지션이 다르다.

 

나는 상황에 맞춰 적절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은 타인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날 좋아하든 안좋아하든 그러려니 했다. 상대한테 크게 관심이 없었거든! 그저 그 술자리, 대화자리에서 적당히 대화만 이끌어가고 정보만 교환하면 됐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누군가와 깊이 친해지려면 평소 이미지가 중요하고, 내 이미지는 누군가와 깊게 친해지기에 부적합하다는 것도 알았다.

 

-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적절한 이미지를 적당히 다듬어야한다.

 

생각한지 얼마 안된 것들이라 표현히 난해할 수 있는데, 다른 표현으로 얘기해보자면 그룹내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이어도 너무 그것에 몰입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미지를 좀 더 다듬으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웃음만을 주고, 사람들의 입이 트일정도의 분위기만 띄울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좀 더 나은 이미지(믿음직스럽거나 철이 있는)를 구축할 수도 있다.

예) 60정도의 유머, 40정도의 진중함

 

하지만 그저 이 자리에 분위기를 띄울 사람이 필요하다고 미친듯이 분위기만 띄우려 한다면, 망가진 이미지를 갖게되는 것 같다. 물론 누군가는 재밌는 술자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배려심도 넘치고 그룹을 챙기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지. 그러나 요즘 느껴본 결과 이런 생각은 소수만이 해준다. 대다수는 나를 재밌으면서 동시에 가볍다는 이미지를 가졌다. 탓하는 거 아님

 

분위기를 잘 띄우는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도 챙기면서)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분위기만 띄워도 된다.

 

결론 : 너무 한 이미지만 만들고 몰입하지 말자.

다른 사람이 보는 내 이미지

자아성찰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도 많이 들어봤다.

나와 오래 알던 사람들에게 카톡을 하며, 평소 내가 어떤 이미지인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연락을 했다.

거의 2~3년 이상 알던 사람들이고 부담없이 말하는 사이라 내가 생각하기에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솔직히 몇몇은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나는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물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말한 말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것은 팩트다. 실제로 누군가는 나를 그런 이미지로 본다는 의미니까.


 

제일 와닿는 말이 하나 있었는데 '가볍고, 철없고, 장난이 많고, 진득하지 않고, 센스가 부족한 이미지'라는 말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진짜 이런 의견을 들으며 나를 마주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나의 결점, 나의 부족함을 인정해야하니까.

자존감도 정말 뚝뚝 떨어진다. 자존감의 다른 말은 에너지

 

그러나 며칠에 걸쳐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는 뒤집어 바꾸기보다는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을 가져가며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하는, 다듬는 느낌으로 바뀌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부딪혀봐야 알겠지. 당장 오늘부터 해볼 예정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진중하고, 생각이 많아보이는 이미지가 됐으면 좋겠다.

 

p.s. 참고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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