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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 위로를 받기 위해서
  • 지식을 얻기 위해서
  • 과제로 내줘서
  • 책 읽으면 좋다고 하길래
  • 존경하는 사람의 삶과 생각이 궁금해서

등등 각자 서로 다른 계기에 의해 읽게 된다. 나도 내가 왜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 오늘 생각해봤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사는지 내면의 대화를 하기 위해서
(+여러 지식인들로부터 배우기 위해서)

 

이게 내가 책을 읽는 이유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른 경우 정말 많다. 혹은 저자가 비판하는 사람이 나인 경우도 있고...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잠시 덮어두고 생각에 빠진다.

 

왜 이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을 비판할까? 이 사람은 어째서 이런 결론에 도달하였을까? 이 사람은 왜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나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왜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되었을까? 내 환경에서 이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까? 그럼 나의 환경은 무엇일까? 내가 추구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나는 뭘 원하고 좋아할까?

 

 

처음엔 저자와 책 내용에 대해 생각하다가 점점 나에 대해 집중하는 식으로 생각이 흐른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울 수 있고, 현재 나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글이나 어딘가에 정리를 통해서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도 함께 함

 

 

예전에 대학교 4학년 1학기 때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 자소서를 쓰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나는 진짜 나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자기소개서에서 자기를 소개하라는 질문들이 가득한데, 도저히 나에 대해 소개를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본 적 거의 없으니깐. 생각하더라도 정리한 적이 없었거든. 자기소개서에는 그저 남들이 썼던 내용을 내 방식대로 바꿔 적을 뿐이었다.

 

적고 나서 든 생각. '나는 도대체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대학교를 다니면서 쾌락이 행복이라 믿었고, 다른 사람들이 가야 된다고 주장하는 길을 열심히 뒤따라 걸었다.

 

하지만 쾌락은 행복이 아니었고, 항상 짧은 쾌락이 끝난 뒤에는 더 큰 공허함만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가야된다고 주장한 길을 걸으니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더 커졌다.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은 oo인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본능적으로 괴리감이 커질 수 밖에...이런 괴리감이 있는 이상 나는 모두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도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목표가 아니라 행복하지 않았다.

 

수민이가 가끔 생각나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러다 우연히 수민이라는 애를 통해 사회혁신과 기업 CSR이라는 창업관련 수업을 듣게 되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듣고 싶은 것 들어야겠다 하며 각종 교양들을 넣었다. 그 중 하나가 '철학과 윤리' 수업. 물론 수민이는 학점 따기 쉽다는 의도로 추천했겠지만, 이때 들었던 수업들은 내게 충격 그 자체였다.

 

 

창업수업 교수님은 공대생이던 나의 상식을 다 깨부쉈다. 첫 수업의 질문이 이거였지. '어떻게 하면 중동에서 비싼 밍크 코트를 팔 수 있을까요?' 더운 나라에서 코트를 팔다니...말이 안 됐다.

 

 

하지만 우리 보고 자꾸 아무 의견이나 막 던지라고 했다. 그것부터 아이디어의 시작이라고...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밍크코트는 추워야 입을 테니까 추우려면 감기 걸리는 것이 빠르잖아요. 감기 바이러스를 몰래 퍼트려요!'

 

다들 웃었지만 교수님은 방향 좋았다고,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답을 알려줬는데, '오옹 그런 아이디어가!' 하면서 감탄했었다. 이 과정이 3년 반 공대생에게 너무 충격적이었지. 이 수업은 너무나도 유연했다. 그리고 같이 수업 듣는 문과 대학생 2학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과 설계, 기획 능력들은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사람들과 같이 활동하며 '우리가 무엇을 하려 하고, 왜 하려는지'에 대한 명확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계속 반복하다 보니 철학과 윤리를 듣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 물음을 내 인생에 대입하게 됐지. 그저 대기업 취업만이 아닌 '내가 뭘 하고 싶은 걸까?'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다.

 

철윤 족보를 공유해준...그러나 나는 C+을 맞은...

 

같은 학기에 들었던 철학과 윤리 교수님은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 흐름과 결론을 소개하며 우리가 가질만한 고민과 접목시켜 설명해줬다. 내 삶의 고민들은 이미 선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것들이며, 자신들이 몇십 년간 고민하며 내린 결론들을 후손들에게 남긴 상태였다. 교수님은 우리 또한 각자 인생에 맞는 결론을 내라며 철학책 독후감 과제를 내주었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생각을 최대한 적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자아성찰을 하게 되었고, 나 자신에 대해 아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 수업 학점은 C+이지만 후회는 없다.

 

 

우연히 들었던 이 교양 수업들은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내가 뭘 좋아하고, 내 인생은 어땠고, 나는 왜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됐는지 계속 생각하니 적어도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정의하는 행복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타인이 정의하는 행복 : 젊을 때 여행을 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 공대생이 문과 교양 들으면 학점 낮아져서 안돼, 취업해야지 무슨 대학원이야 석사는 아무 의미 없어, 어릴 때 놀아야지 안 놀고 뭐해 등등 이런 말들은 정말 오랫동안 나를 옥죄었다)

 

이런 자아성찰, 내면과의 대화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왜냐면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거든. 나는 조금씩 변한다. 변한 나에 맞춰 인생의 방향도 조금씩 수정하는 것이 맞다. 변한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주기적으로 내면과의 대화를 해야 돼.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은 확실히 자아성찰에 도움된다. 물론 덤으로 여러 지식인들의 생각을 저렴히 얻을 수 있는 것도 좋고 ㅎㅎ

 

이게 내가 책을 읽는 이유다. 짧게 적으려 했는데 적다 보니 길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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