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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허지웅쇼 오프닝 내용이라고 한다. 꽤 과거에 올라왔던 내용인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캡쳐해두고 자주 봤었다.


특수부대 체험을 하는 컨텐츠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챙겨보고 있었는데요.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영상은 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은 그게 육체에 관련된 것이든 정신에 관련된 것이든 훌륭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단지 관념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샤말란 영화의 결말을 보는 것처럼 흐릿했던 것들이 또렷해집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조금씩 확장되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가혹한 경험을 가지고 성숙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 증명해냈다는 승리의 경험에 심취하여 자신이 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이들 또한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내 세계를 제외한 다른 세계의 무게를 하찮게 여깁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그치지 않고, 너는 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른 것이지요. 왜 같은 경험을 하고도 누군가는 귀감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만한 인간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이런 극복의 경험이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훌륭한 재료일 뿐, 경험 그 자체만으로 이루거나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유가 더해지지 않은 극복의 경험은 그저 고생일 뿐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괜한 고생이겠지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경험을 재료로 나만의 답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답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의 쓸모를 찾는 것. 중요한 건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에 달려있다.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허지웅의 글에서 집중해서 본 부분은 이 부분이다. 아무리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경험을 하더라도, 사유가 더해지지 않으면 괜한 고생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내 인생에서 여행은 대부분 괜한 고생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해외이든 국내든 여행을 내 기준 부족하지 않게 갔다고 생각함. 하지만 여행을 갔다온 직후 느낀 것은 한국에서 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

 

1. 이왕 해외여행왔으니 1분 1초라도 더 놀아야한다는 강박관념. 새벽 6시부터 기상해서 각종 컨텐츠를 즐기러 갔다

 

2. 하나라도 더 많은 음식을 맛보기 위해 저녁에 이어 야식과 술까지 마셨다.

 

3. 이런 꽉찬 여행에 지쳐 그저 쉼의 연속인 힐링 여행을 떠났으나, 예쁜 풍경을 봐도 감탄사가 나오지 않았으며 더워서 실내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사람들은 항상 여행갔다오면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행으로부터 특별한 경험이나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음. 내가 잘못된걸까...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할까...난 왜 배우는게 없을까...

 

 

허지웅의 글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됐다. 경험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재료이지만, 그 자체로 증명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구나. 나는 여행하면서 딱히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저 먹고 마시고 자고 떠들고 즐기고했을 뿐이다. 본능에만 충실하며 살았으니 여행으로부터 의미를 찾을 수 있을리가 없지...물론 즐거웠던 기억 자체로도 의미라고 말한다면 분명 의미겠지만~~

 

앞으로 여행을 간다면 사유를 동반한 여행을 한 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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