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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깊게 본 글

얼마 전 학교 게시판에서 인상깊게 본 글이 하나 있다. 제목은 새내기 찐따 탈출법.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호기심이 가는 게시물이었다.

 

그래서 주의깊게 읽었다. 이 분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상당히 정성깊고 자신의 지식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 하지만 읽는 이는 새내기야

그러나 위 글은 너무 이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사람이 멋있어지고 호감가는 사람의 기본이 무엇인지 알려주긴한다. 새내기가 이 글을 보고 끄덕일 수 있지만 마음 속 깊이 와닿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물론 전부 기본을 넘어서면 좋겠지. 하지만 새내기잖아? 처음이잖아? 저 기준을 전부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거북목이어도 된다. 몸이 안좋아져도 된다. 옷을 못입어도 된다. 말을 못해도 된다. 사람들과 부딪히고 상처입을 각오만 하면 된다. 그러면 '찐따' 알아서 탈출된다. 찐따? 찌질의 역사 3번 정도 반복하면 탈출된다!

 

20살, 20대초에게 필요한 조언을 한다면?

 

20살, 20대초에게 필요한 조언을 한다면?

조언 술을 마시다가 적당히 취하면, 고민 가득한 친구들이 꺼내는 주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까요? 20살로 돌아가면 어떤 걸 하실거에요? 20살이 꼭 해야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오

jista.tistory.com

모든 조언. 불친절하다. 이 글도 길게길게 자세히 설명했지만 결국 불친절하다. 길게 잘 늘여서 설명했잖아! 왜 불친절하냐고?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전달하고자 했어. 듣는 이, 읽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 물론 익명 게시판이고 읽는 사람을 고려할 수 없다고 답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 글은 명확히 새내기에게 쓰는 글이다. 새내기면 1년인데 1년안에 저 기본을 어떻게 다갖춰??? 1년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차차 바꾸면 찐따 탈출하는거라고? 저거 다 갖춰야 찐따 탈출되는거야? 아니야!

 

대학교 1학년은 정말 바쁘다. 공부만 해도 새로운 개념을 새로운 환경에서 배우기 때문에 정신 없고 따라가질 못한다. 고등학교와 다르단 것만으로도 정신적 피로함이 금방 쌓인다. 거기에 본인을 소위 '찐따'라고 생각한다면 무기력함도 있을 것이다.

● 새내기가 전부 갖추기에는 조건이 빡세

그런 사람들에게 운동과 자세 교정, 패션, 대화 방법, 얼굴 관리, 동아리 가입 권유같이 여러가지를 한번에 알려준다? 겉으로는 동의하겠지만, 따라가질 못한다.

- 운동만 해도 몸에 티가 나기까지 적어도 5달은 걸린다.

- 패션도 상의 4벌 하의 3벌 아우터 3벌 정도는 있어야 코디가 되고, 돈으로 따지면 55만원정도 나간다.

- 피부 관리 레이져도 돈 몇 백 깨져서 새내기들은 매우 하기 힘들다. 게다가 거절을 잘 못하는 나이에 가면 호구당하기 십상이다.

 

이 글을 읽은 새내기라면 '몸도 좋아지고, 옷도 잘입어야하고, 말도 잘해야하고, 피부관리, 털관리 등등 모든 것을 갖춰야만 찐따를 탈출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 하지 않을까? 혹은 저 기준 갖추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데 주저하지 않을까? 혹은 아예 포기를 하지 않을까?

● 덜 중요하더라도 한 가지만 제시하는 것이 도움된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도, 진도가 빠르면 결국 수업을 놓치고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신촌 맛집을 물어본 사람에게 자기가 맛집을 많이 안다고 신나서 10가지나 던져주면 결국 물어본 사람은 어딜 갈지 고르지 못하고 참고도 안된다.

 

못따라가는 학생이 많다면 진도를 조절해야한다.

 

신촌 맛집을 누군가 물어봤다면 최고의 맛집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곳 1~2곳만 답변해주는 것이 도움된다.

이걸 무서워하지말라 웹툰 : 찌질의 역사

●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찐따 탈출은 웹툰 찌질의 역사를 3번정도 인생에서 반복하면 전부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 그 모습이어도 좋다. 움직여야한다. 글로 알려주는 것의 문제점? 사람들이 보고 실천을 안하는 것이다.

● 사람들과 만남으로써 욕망을 키우자

달라지고 싶다면 사례를 눈으로 직접 보고 이렇게 달라져야겠다는 욕망을 키워야한다. 어떻게? 저기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 동아리 가입 혹은 사람에게 부딪히는 것이다.

 

새내기라 과에 아는 사람 없다고? 얼굴 보고 가장 착할 것 같은 사람, 남 잘 챙길 것 같은 사람에게 개인톡 날려라. 껴달라고. 원래 안친하던 사이였잖아. 카톡 씹혀도 된다. 멀어져도 된다. 잃을 것 없다. 안껴줘? 걍 집에서 울면 된다. 자존감 낮아지면 된다. 하루 이틀 울면 괘씸해서 회복된다. 분노가 쌓일 것이다. 왜 카톡 씹었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여기서 사람마다 특정 부분을 원인으로 지목하겠지. 몸때문인 것 같아? 이 분노로 팔굽혀펴기하면 된다. 팔굽혀펴기 하다 몸이 안커지는 것 같으면 어떻게 몸을 키울지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찾을 것이다. 몸을 키우고자 욕망이 생길 것이다. 패션이 구져서인 것 같아? 분노의 쇼핑을 해도 좋다. 옷을 샀다 마음에 안들면 돈을 아끼고자 어떤 옷을 사야할지 인터넷을 찾아볼 것이다. 피부가 안좋은 탓 같아? 피부관리하는 법 인터넷에 찾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할 동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기는 행동함으로써 생긴다. 행동과 동기는 닭과 달걀의 관계다.

 

동아리를 지원한다면 무조건 여러군데 다 지원해라. 어차피 다 붙을 일 없다. 동아리도 보는 눈이 있다. 재미 없을 것 같은애 짜른다.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여러군데 지원하면 어쩌다 동아리 붙는 곳 있을 것이다. 거기서 롤 모델 찾으면 된다. 말 잘하는 애들 있잖아. 멋있는 애들 있잖아. 손민수처럼 따라해라. 모방해라. 공부도 남의 공부법을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하잖아. 코트 이뻐보이는거 있으면 기억해서 비슷하고 저렴한거 사서 입어라. 말 잘하는 애들의 화법 따라해라. 어디서 사람들이 웃는지 눈치봐라. 그리고 머리속으로 계속 되뇌어라.

처음엔 잘 못따라할 거다. 왜? 그 롤모델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거든. 여러분은 그 롤모델이 아니다. 근데 왜 따라하라해? 따라하다보면 어디가 나랑 안맞는지 알게 되거든. 롤모델처럼 드립치다가 선을 넘어서 분위기가 싸해진다면 집가서 이불킥 500번한다. 쪽팔리잖아. 인간은 생각한다. 쪽팔린 기억을 바탕으로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롤모델처럼 코트 따라 입었다가 나머지 옷이 안받쳐줘서 남들이 비웃는다면 집가서 이불킥 500번한다. 쪽팔리잖아. 인간은 생각한다. 쪽팔린 기억을 바탕으로 어떻게 입어야 이쁠지 찾아보게된다.

● 어떻게든 새로운 사람과 만나라

사람을 만나야한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시도한 것들에 대한 평을 봐야한다. 드립을 쳐서 재밌어하는지 평을 봐야한다. 옷 입은 것을 사람들이 비웃지 않는지 평을 봐야한다. 몸 키운 것을 사람들이 알아봐주는지 평을 봐야한다.

 

시행착오를 거쳐 그 분야에 대해 괜찮은 평을 받았다면, 여러분들은 새로운 욕망이 생길 것이다. 몸을 키웠었다면 옷을 잘입고자 하는 욕망 또는 피부를 관리하고자 하는 욕망같은 것이 생길 것이고,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결국 상당히 많은 것을 이뤄낸 사람이 될 것이다.

 

집에서 아무리 UFC, 복싱을 연습하든 실전에선 씨알도 안먹힌다.

 

시작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부터다. 욕먹을 수 있다. 너무 서러워서 비참해서 집가며 펑펑 울 수 있다. 그치만 울어야 바뀐다. 서럽고 분노해야 바뀐다. 행동해서 생긴 욕망을 동기로 자신을 바꾸면 점점 괜찮은 사람이 된다.

 

그러니 일단 연락부터 돌리고 계속 상처받자. 어떻게든 사람을 만나면 알아서 바뀐다. 아니 쪽팔리고 자존심 상하고 질투하고 잘노는 애들이 부러워서 점점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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